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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 함께 사는 이야기

'돌고래 잡는 고래생태체험관' 울산서 8마리째 폐사···"폐쇄만이 답"

제돌이 방류 7주년, 한국의 돌고래들 안녕하십니까④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돌고래가 또 폐사했다. 사육하던 돌고래 3분의 2가 죽어간 이 수족관에 대해 생태체험관이 아닌 ‘돌고래 잡는 강제수용소’가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울산 남구도시관리공단과 해양생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 등에 따르면 22일 오전 9시24분쯤 수컷 큰돌고래 ‘고아롱’이 폐사했다. 고아롱은 2009년 10월 고래생태체험관이 문을 열 당시 일본 와카야마현 타이지에서 들여온 돌고래 중 하나로, 나이는 18살로 추정된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고아롱은 19일 수의사 정기 진료 때는 특이사항이 없었지만 20일 오후부터 체온이 상승하는 것이 확인됐다. 체험관 측이 수의사 처방을 받아 약을 투여했으나 먹이를 먹으려는 의욕이 떨어진 것이 확인됐고, 21일 추가로 수의사 진료를 받았다. 22일 오전 구토 증세를 보인 지 2시간여 만에 고아롱은 폐사했다. 남구도시관리공단은 지난달 시행한 혈액 검사 결과에서는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정확한 폐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고래연구센터에 부검을 의뢰할 계회기다.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국내에서 돌고래를 사육 중인 수족관 중 유일하게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수족관인 고래생태체험관은 수입한 돌고래 8마리와 이들이 출산한 새끼 돌고래 4마리 중 66.67%에 달하는 8마리가 폐사한 곳이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1~2년에 한 개체꼴로 돌고래들이 죽어갔음에도 이 수족관은 돌고래 번식을 지속해 왔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들이 폐사한 사실도 확인된 바 있다.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동물보호단체와 환경단체 등은 이 수족관에 대해 ‘돌고래 무덤’이라고 비판해 왔다. 시민단체들은 ‘수족관 돌고래 번식 금지’와 ‘사육 중단’, ‘바다쉼터 마련 등을 통한 야생방류’ 등을 요구해 왔지만 울산 남구청은 이를 외면해 왔다.

이번에 고아롱이 폐사하고, 돌고래 12마리 중 4마리만 살아남으면서 이 수족관은 ‘돌고래 도살장’이나 다름없는 곳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체험관에는 고아롱과 함께 일본에서 들여온 암컷 ‘장꽃분(21살 추정)’, 장꽃분이 수족관에서 낳은 수컷 ‘고장수(3살)’, 2012년 수입한 암컷 ‘장두리(11살)’, 2017년 수입한 암컷 ‘장도담(7살)’이 살고 있다.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게다가 폐사한 고아롱의 추정 나이인 18살은 야생 큰돌고래들 평균 수명인 40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아롱이 폐사함으로써 국내의 수족관 돌고래 폐사율은 49.18%에 달하게 됐다. 해양수산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족관에선 최근 10년 간 61마리 중 30마리의 돌고래들이 죽어갔다. 사육 중인 돌고래 절반 가까이가 패혈증, 폐렴 등 세균 침투로 인한 염증이 주 원인이 돼 죽어갔다. 이에 대해 전문가, 시민단체 들은 “돌고래는 애초에 수족관 사육에 적합하지 않은 동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래생태체험관은 또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수족관 중에 유일하게 돌고래쇼장을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돌고래쇼장은 서울시의 돌핀프리 방침에 따라 2017년 폐쇄된 바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시민단체들은 고래생태체험관에 남아있는 4마리의 돌고래만이라도 살리려면 수족관 폐쇄와 방류 또는 바다쉼터 마련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돌고래 관리의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더 이상 책임을 방기하지 말고 돌고래들을 살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에서는 이 수족관이 보유한 벨루가(흰고래) 세 개체 중 한 개체가 폐사한 것이 확인된 바 있다. 이날 폐사한 벨루가는 12살 수컷으로 2012년 4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반입된 개체다. 며칠 사이 잇따라 수족관 사육 중인 고래류가 죽어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고래류 사육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핫핑크돌핀스는 “울산 남구청은 더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시대착오적이고 반생명적인 고래류 감금 행위를 중단하고, 고래생태체험관을 폐쇄해야 한다”며 “수조에 감금된 돌고래들은 바다로 돌려보내거나 바다쉼터를 만들어 야생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에서 여생을 보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핫핑크돌핀스는 또 “현재 생존중인 돌고래들 역시 열악한 감금시설 환경으로 인해 몇 년 이내 폐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울산 남구청은 돌고래들이 죽어가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시민단체와 협력해 네 마리 생존 돌고래의 방류 대책을 즉각 마련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7221834001&code=610103#csidx8815b184c95a9d7888ed9a473363a8d